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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번역] 데이비드 에노흐, "가상적 동의와 자율성의 가치" 이 논문은 규범적 논증에서 '이러이러한 가상적 조건이라면 당사자의 동의가 있을 것이다'라는 사정이 고유한 규범적 의의를 가질 수 있는지, 그리고 가질 수 있다면 어떤 경우에 가질 수 없고 어떤 경우에는 가질 수 없는지를 살피는 논문입니다. 해당 논문의 결론부에서는 다음과 같이 논지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첫째, 가상적 동의가 실제의 동의가 하는 작용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하여도, 그것은 다른 방식으로 규범적으로 의의가 있을 수 있다. 둘째, 가상적 동의가 실제의 동의의 대체물이 될 수 있는가만 한정해서 보아도, 가상적 동의의 규범적 의의에 반대하는 결정적 논증은 아직 이루어진 바 없다. 문헌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두 가지 논증은 중요한 도전을 제기하지만 결정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행성 .. 2022. 4. 26.
[요약번역] 스티븐 월 "정의로운 저축원칙과 차등원칙" 해당 논문은 존 롤즈의 정의로운 저축원칙을 살펴봄으로써, 롤즈가 헌신하고 있는 평등관이 무엇인지 탐색해나가는 논문입니다. 상당히 명확하고 정교하며, 설득력이 있습니다. 통상 롤즈의 원칙을 미시경제학 과목에서 배울 때, 두 가지 왜곡이 이루어지곤 합니다. 첫째는 롤즈의 정의원칙 분배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 후생(welfare)이라고 왜곡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후생 그 자체를 분배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제1원칙인 평등한 자유 원칙에 어긋납니다. 두 사람이 전혀 다른 인생기획을 동등한 자유 및 권리와 동등한 수준의 전목적적 수단(재화와 용역을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서 자신의 자율성을 온전히 발휘하면서 살았을 때 한 사람은 후생 수준이 높고 다른 한 사람은 후생 수준이 낮은 경우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2022. 4. 24.
[요약번역] 리처드 힐리, "동의, 권리, 그리고 행위의 이유들" 해당 논문은 동의의 규범적 효과에 관한 분석적 틀을 밝혀주는 중요한 논문입니다. 이 논문이 개진하는 견해에 의하면, Y가 ϕ하는 것에 대한 X의 동의는 Y가 X에게 지는 ϕ하지 않을 지향적 의무를 소멸시키며, 그렇게 함으로써 다른 사정이 동일하다면 Y에게 ϕ에 대한 지향적 허용을 부여합니다. 이것은 우리의 간개인적 도덕적 관계 내에서 동의가 갖는 의의를 해명해준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X의 유효한 동의는 (ᅟᅩᆼ상) Y가 X에게 잘못을 가하는 것이 아니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X의 동의는 Y의 행위 이유에 영향을 미쳐, 모든 것을 고려한 Y 행위의 허용성에, 소멸시키는 허용으로서 기능함으로써,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은 Y가 ϕ하는 것에 대한 X의 동의가 Y가 ϕ하기에 대한 정당화에 관련 있.. 2022. 4. 22.
[요약번역] 이언 맥도널드 "세대간 형평" 이 논문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고령화 시대 세대간 형평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 지침을 논의하고 있는 글입니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결론은, 일반적 이유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패턴을 보이는 다른 나라에도 적용될 수 있는 논의를 다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논문의 결론은 놀랍게도, 재정의 문제에 있어 인구 고령화에 대비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지금 현재의 노년층에게 더 많은 소득을 이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논문의 결론부에 그와 같은 주장을 하게 된 요지가 다음과 같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인용시작) 이 논문에서의 세대간 형평에 관한 논의는 다음과 같은 점을 짚었다. 첫째, 경험적 증거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상당한 재분배가 노년층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 재분배는 청장년층과 비교한 노년층 일반의 .. 2022. 4. 18.
[요약번역] 가루아브 알렉스 쉬나 "의무론의 정당화" (전체 챕터) 본 번역글은 쉬나의 "의무론의 정당화"라는 박사학위논문입니다. 해당 논문은 의무론의 세 가지 조류 직관주의(로스), 칸트주의, 그리고 신토머스주의를 살펴보고 각각을 비판하고는 저자가 자신의 정당화를 제시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 자신의 정당화는 행위자 관련적 이유에 크게 주어지는 비중과 그보다 통상 작은 비중의 행위자 중립적 이유의 균형에 관한 논의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본질적으로 데렉 파피트의 이론과 크게 다를 바는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이 논문에서 오히려 읽을 만한 부분은 세 조류의 검토 부분인데, 의무론에 대한 이해와 정리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됩니다. 다만, 쉬나의 이 논문은 의무론을 검토하는 데 있어 하나의 잘못을 범하고 있는데, 의무론적 제약의 원천이 궁극적으로 가치로 .. 2022. 4. 12.
[요약번역] 롤즈와 배상 이 논문은, 롤즈의 공정으로서의 정의관에서는, 개별적인 거래행위나 관련 절차에서는 엄격한 비차별적 준칙만이 적용될 수 있을 뿐 가산점이나 할당제와 같은 강한 형태의 적극적 조치는 허용되지 아니하며, 이는 완전준수론이 적용되는 이상 사회에서뿐만 아니라 부분준수론이 적용되는 현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반면에 특수하게 정의된 바의 배상에 있어서는 인종 표지가 고려될 수 있으며, 이는 진정으로 최소수혜자로 식별할 수 있는 특수한 공동체에 속한다는 점이 확인되기 때문에 차등원칙에 어긋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2022. 4. 12.
[인간학] 탐구하는 사람의 생활전략: 작독운향 [일러두기: 이 글은 을 읽은 독자들을 위한 보충글이다.] 탐구는 복합적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장거리 경주다. 왜냐하면 탐구가 유의미한 성과를 내려면 기본을 탄탄히 보충해 가면서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를 포착해서 충분한 자료 조사와 독창적인 사고를 더한 풀이 이후에 이 해법을 어떤 형식으로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복합적 장거리 경주는 잠깐 길을 잃으면 아차 하는 사이에 세월이 지나치게 빨리 지나가버린다. 사실 탐구가 특히 그렇게 길을 잃기 쉬운 종류의 활동이다. 그러면 정신을 못 차리게 된다. 소년이 아차 하는 사이에 노인이 되어버리고 학문적 성취는 별반 하지도 못한 상태가 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탐구에 몸 담고 있는 생활을 해야지 마음 먹더라도 빠지기 쉬운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 2022. 4. 3.
[조립물] 공리(utility)는 공리(public interest)가 아니다. 1. 번역어의 기술적 문제? 몇몇 국내 학자들과 번역가들은 Utilitarianism을 공리주의(功利主義)가 아니라 공리주의(公利主義)라고 번역한다. 물론 분명히 차이 나는 두 한자 중 하나를 고른 것이므로 의도적으로 그러는 것이다. 그 이유로 제시되는 것은 공리주의의 취지와 정신, 즉 모든 사람들을 오직 하나로만 계산하고 둘 이상으로 계산하지 않는, 그리하여 모든 이들의 이익을 두루 보살피고자 하는 이론의 정신을 번역어에서 드러내고자 한다는 의도이다. 그러나 공리주의를 어느 한자로 표기하는가는, 이런 의도가 주된 근거로 제시한, 어떤 용어를 사용한 이론의 취지와 정신을 얼마나 잘 드러내는가의 질문에 한정된 번역어의 기술적(technical) 문제를 넘어선다. 2. 일관성과 개념 체계상의 문제 먼저 '공.. 2022. 3. 28.
[요약번역][회원기여] 제프리 플린, "화용론적 전환 이후의 진리, 객관성, 경험" 시민교육센터 서요련 회워님이 요약번역한 원고입니다. 아래는 요약번역자의 설명입니다. 제프리 플린, "화용론적 전환 이후의 진리, 객관성, 경험" 하버마스가 『진리와 정당화』에서 개진한 칸트적 실용주의(Kantian pragmatism)가 품은 핵심 모티프를 개관할 수 있는 논문입니다. 이 논문은 원래 리처드 번스타인이 하버마스를 비판적으로 논평한 책의 한 챕터에 대해 반박할 의도로 쓴 논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맥락을 모르더라도 하버마스의 칸트적 실용주의가 고전적 실용주의의 핵심 통찰을 어떻게 수용하는지, 그리하여 또 다른 현대 실용주의자인 로티, 브랜덤 등의 논의와 어떻게 비교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2022. 3. 26.
[요약번역][회원기여] 조지프 히스, 『정부기관』 제1장 시민교육센터 서요련 회원님이 요약번역한 원고입니다. 아래는 요약번역자의 설명입니다. 조지프 히스, 『정부기관』 제1장 비판이론과 공공정책 분야에서 활동하는 조지프 히스의 2020년작입니다. 이 책에서 히스는 그간 정치철학자들이 입법부 및 사법부의 역할과 책무에 관한 철학적 논의는 심도 있게 탐구한 데 반해, 3부를 이루는 행정부의 윤리에 관해서는 그만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이러한 연구 공백을 메우기 위해 히스는 공공행정 윤리(ethics of public administration)를 재구성함으로써 그 윤리가 실은 자유주의의 핵심적인 규범적 원칙에 터잡고 있음을 논증합니다. 이때 히스는 이러한 특수 분야의 윤리(혹은 전문직 윤리)를 논할 때 기존의 규범윤리학 이론(칸트주의, 공리주의,.. 2022. 3. 26.
[조립물] 자연주의 오류는 오류가 아니라고 하는 존 설의 논증과 실패 설은 ‘존스가 …하기로 약속했다’는 제도적 사실로부터 ‘존스가 …해야 한다’는 결론이 논리적으로 도출된다고 한다. 그리고 약속한다는 제도적 행위는 이미 그 자체로 약속한 바를 하기로 하는 의무를 약속자가 지게 만든다고 한다.(Searle, John R. (1964). "How to Derive 'Ought' From 'Is'". Philosophical Review. 73 (1): 43–58) 그러나 첫째로, 정말로 약속에 관한 사실로부터 약속이 있던 경우 약속자의 행위에 대한 당위가 모두 도출된다고 본다면, ‘약속을 어겨야지만 낯선 아이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경우에는 존스가 …하지 않아도 된다’거나 ‘약속을 어겨야지만 낯선 아이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경우에는 존스가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 2022. 3. 21.
[요약번역] 스캔론, "롤즈의 정의론" 이 글은Thomas M. Scanlon, Jr., “Rawls' Theory of Justice”, University of Pennsylvania Law Review, Vol. 121, No. 5 (May, 1973), pp. 1020-1069 를 요약번역한 것입니다. 이 글에서 스캔론은, 공동체주의, 완전주의, 공리주의(특히 평균공리주의), 자유지상주의 등의 반론에 대하여 롤즈가 제시할 수 있는 반박 논증을 스캔론이 롤즈의 문헌을 근거로 구성하면서, 롤즈의 정의의 원칙 체계를 해설합니다. 대가가 대가의 이론을 핵심만을 짚으면서 큰 붓으로 변호하는 글이고, 읽으면 읽을수록 그 씹는 맛을 자아내는 참으로 아름다운 글입니다. A4 3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므로, 화면으로 읽기에는 적절치 않고 꼭 출력해서 .. 2022. 2. 1.
[생활이야기] 인생지사 새옹지마 인생을 수십년 살다보면, "인생의 일은 '새옹지마'다"라는 말이 어떤 위력을 갖고 있는지 알게 된다. 이 고사성어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새옹은 변방의 늙은이라는 뜻이다. 이 늙은이에게 말이 있었는데, 말이 가출해버렸다. 사람들이 위로하자, 늙은이는 이 일이 어찌 될지 모른다 하였다. 몇달 후 말이 준마를 데리고 돌아왔다. 사람들이 축하하자, 늙은이는 다시 일이 어찌 풀린지 모른다 하였다. 그 준마를 타다 아들의 다리가 부러져 절름발이가 되었다. 사람들이 위로하자, 늙은이는 모른다 하였다. 전쟁이 나서 젊은 장정들이 징집되고 열에 아홉은 죽어나갔으나, 늙은이의 아들은 절름발이여서 징집되지 않고 무사했다. 어렸을 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야기의 교훈이 참으로 웃기는 수작이라고 생각했다. .. 2022. 1. 1.
[발췌번역] 스캔론 "나는 어떤 식으로는 칸트주의자가 아닌가" 이 논문은 데렉 파핏의 기념비적인 책 Vol.2 에 실려 있는 것이지만 토머스 스캔론의 이론적 입장을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중요한 논문입니다. 즉 토머스 스캔론의 계약주의 이론과 원래의 칸트 이론의 차이, 그리고 파핏이 제시하는 비개인적 이유를 인정하는 형태의 계약주의 이론과의 차이도 알 수 있습니다. 파핏은 에서 자신이 해석한 바의 칸트주의, 계약주의, 그리고 결과주의가 하나로 수렴한다는 수렴 이론을 주장합니다. 즉 파핏은 이 세 이론은 모두 결국 '모든 각인이 그 원리의 보편적 수용을 합리적으로 의욕할 수 있는 원리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식으로 작업해나갈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토머스 스캔론은 파핏의 이러한 이론은 자신이 주장하는 판본의 계약주의와는 차이가 있음을 논증하면서, 파.. 2021. 12. 21.
[인간학] 실천적 지혜의 효과와 그 한계 1. 글의 주된 요지 이 글에서는 이미 존재하는 사람이 자신의 삶에서 그리고 다른 이미 존재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잘 행위하기 위해 고려해야 하는 사항들의 집합과,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존재케 하는 문제에서 잘 행위하기 위해 고려해야 하는 사항들의 집합이 같지 않다는 것을 논하겠다. 2. 실천적 지혜의 정의 일반적으로 실천적 지혜는 실천적 여건에서 선택지들을 정확히 파악하여 분별 있게 택하고 택한 것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 방안을 밝혀내는 능력을 의미한다. 실천적 지혜가 필요한 이유는 분별 없이 선택지를 취하는 어리석음과 어떤 선택지들이 있는지 자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어리석음 때문에, 삶에서 피할 수 있는 나쁨을 겪기 때문이다. 이 나쁨에는 불필요한 괴로움뿐만 아니라 좋지 못한 행동을 하는 것.. 2021. 1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