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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번역] 캠(Kamm)의 <복잡한 윤리: 권리, 책임 그리고 허용되는 해악> 제1장 F. M. Kamm, Intricate Ethics: Rights, Responsibilities, and Permissible Harm, Oxford University Press 2007, ch.1을 일부 번역한 것입니다. 캠은 비결과주의, 의무론적 윤리학을 자신만의 판본으로 정교하게 전개하였다고 정평이 나 있는 탑 클래스 학자 중 한 명입니다. 이 책 제1장은 특히 한 쪽에는 1명이 다른 쪽에는 5명이 있는데 그 중 한 쪽만 구조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한 쪽이 수가 더 많다는 이유로 그 쪽을 구하러 가는 결정을 내려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아주 깊이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캠의 이 책에서 제시된 허용되는 해악의 원리는, 번역자인 제가 보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것을 허용하며, 캠의 포부와는 달리 캠이 의무.. 2019. 9. 9.
[철학소설] 도덕의 법정에 선 타노스 (1) “도덕의 법정, 제3재판부의 공판기일 두 번째 날을 시작합니다.” 보라색 민둥머리 외계인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그의 이름은 타노스다. 그는 도덕의 법정에 섰다. 도덕의 법정에는 배심원들이 기소와 변론을 듣고 판단하기 위해 가지런한 줄을 지어 자리에 앉아 있다. 법정을 관장하는 판사는 높은 법대 위에 앉아서 절차 진행과 판단 규칙 지도를 맡고 있다. 판사는 변호인과 피고인, 검사의 출석을 확인하고는 무엇인가를 끄적이더니, 돋보기 안경을 다시 벗고는 변호인을 바라보았다. “변호인, 변론 하세요.” 보라색 민둥머리 덩치의 귀에 무엇인가를 조그맣게 속삭이며 메모를 연신하고 있던 변호인은 판사의 말에 법대로 고개를 들었다. “네!” 변호인은 넥타이를 바로잡으며 일어났다. 그리고 ‘타노스의 변론’을 시작하였다... 2019. 8. 28.
[색인정리/요약] 데이비드 더닝, <자기 통찰> David Dunning, Self-Insight: Roadblocks and Detours on the Path to Knowing Thyself, Psychology Press (January 26, 2005) (2005) p.15 무능력한 개인들이 그들의 결함을 인식하는 것이 기대될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이 이중으로 저주받았기 때문이다. 삶의 많은 영역에서 외부 세계에 대한 유능한 대응을 낳는 데 필수적인 기량은 또한 자신이 유능하게 행위하였는지 여부를 인식하는 데 필요한 바로 그 기량이기도 하다. 논리적으로 건전한 논증을 구성하는 기량을 살펴보라. 건전한 논증을 만들기 위해서는, 때때로 미묘하고 방심할 수 없는 논리 규칙에 대한 적정한 지식을 필요로 한다. 논리적 논증이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하며 .. 2019. 7. 18.
[인간학] 유념하기의 기예(art of being mindful) 1. 유념하기의 기예 유념하기(being mindful)란, (1) 현재 하고 있는 일의 수행의 문법을 따르는데 주된 초점을 맞추어 감각, 상황, 정보의 줄기와 세부사항을 주의를 기울여 음미(appreciate)하면서 (2)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정보와 자극을 열린 마음으로 포착하여 (3) 새로운 시각에서 수행의 문법을 검토하여 새로이 정립할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고 때때로 실제로 구현하는 삶의 기예다. 2. 번역어에 관하여 이 글에서 필자가 '유념'으로 번역한 원어는 'mindfulness'다. 그런데 이 단어는 보통 '마음챙김'이라고 번역된다. 그리고 그것의 반대어인 'mindlessness'는 '마음놓침'이라고 번역된다. 확실히 '마음챙김'과 '마음놓침'이 글자 수도 대칭이고 무엇인가 은유적인 맛.. 2019. 7. 8.
[발췌번역][회원기여] 크리스티나 라폰트, "칸트와 하버마스에서 합의와 동의" 기여회원의 글: 크리스티나 라폰트는 하버마스, 하이데거 등 대륙철학의 충실한 해설자이자 사려 깊은 비평가입니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철학 지형에서 중요한 대륙철학자들을 해설하면서, 영어권의 철학자들과 비교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라폰트의 작업은 대륙철학과 영어권 철학의 교차점과 차이점을 조망하고 각각의 철학적 작업에 관한 정확한 상을 얻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 논문의 공헌으로 세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첫째, 칸트적 구성주의, 그 중에서도 하버마스의 논증대화이론(Diskurstheorie)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아 ‘현실적 동의’(actual consent)와 ‘가설적 합의’(hypothetical agreement) 개념의 구조적 차이와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라폰트가 광의의 칸트적 구성주의로 .. 2019. 5. 25.
[발췌번역][회원기여] 스티븐 다월, "왜 칸트는 2인칭 관점이 필요한가" 기여회원의 글: 미국 철학자 스티븐 다월에 관해서는 이미 시민교육센터에 두 논문 “자율성의 가치와 의지의 자율성”과 “두 종류의 존중”이 번역되어 있어 포르스트나 라폰트 같은 이들보다는 익숙한 이들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시민교육센터의 입장과는 별개로 국내에서 다월의 논의는 충분히 주목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관련 논문은 찾아보기 어려우며, 다월을 본격적으로 다룬 논문은 기껏해야 석사논문 하나 정도에 그칩니다. 선행 연구가 일천하기 때문에 저 역시 다월의 이 논문을 번역하면서 역어 선정, 요지 이해 등에서 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제가 이해한 선에서 본 논문 “왜 칸트는 2인칭 관점이 필요한가”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1) 칸트 도덕철학을 실천적 전제조건 논증(practical presupposit.. 2019. 5. 25.
[질문답] 복합 선택지의 서수적 비교와 호모 페인쿠스의 비참 질문: 선생님 안녕하세요. 를 읽는 도중 책의 반직관적인 결론에 동의하기가 어려워 글을 올립니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첨언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비대칭성 문제를 거부해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281p에 보면, "우리가 비대칭성을 다른 방식으로 -- 즉 시나리오 B에서 부재하는 고통은 단지 '나쁘지 않음'이라고 주장함으로써 -- 거부하려고 한다면 사태는 더 나빠진다. 그것으로 우리로 하여금 가능한 미래의 괴로움을 겪는 사람의 이익에 근거하여 그 사람을 창조하는 것을 피할 아무런 도덕적 이유가 없다고 말하게끔 만들 것이다. 우리는 괴로움을 겪는 아이의 이익에 기반하여 우리가 그 아이를 창조했다는 것을 더 이상 후회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우리는 세계의 일부 지역에서 괴로움을 .. 2019. 5. 20.
[발췌번역][회원기여] 포르스트 "정당화에 대한 기본권" 본 논문은 Rainer Forst, “The Basic Right to Justification: Toward a Constructivist Conception of Human Rights”, Constellations, Vol. 6, No. 1, 1999, pp. 35-60.의 번역으로, 서요련 선생님이 번역하여 시민교육센터에 공유하여 주셨습니다. 아래는 서요련 선생님의 본 논문에 대한 소개글입니다. --아 래--제가 이해하기로, 이 논문에서 배울 점은 크게 보았을 때 한 세 가지쯤 되는 듯합니다. 이론 작업의 측면에서, 포르스트는 롤스와 스캔런을 위시한 미국의 자유주의-의무론 진영과 하버마스를 비롯한 독일의 논증대화이론 진영을 통합적으로 고려 및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이는 포르스트가 원용하는 핵심 개.. 2019. 4. 6.
[책소개] 로널드 드워킨 <법복 입은 정의> 출간! 제가 번역한 로널드 드워킨의 명저 가 출간되었습니다! 정의가 법복을 입으면 어떻게 될까? 이 책은 로널드 드워킨이 자신의 생애에서 본격적 법철학서로는 가장 마지막으로 출간한 것이다. 그런 만큼 이 책은 만만치 않은 논적들과의 논쟁을 통해 무르익은 그의 지성적 사고의 결정체(結晶體)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무엇이 타당한 법 해석인가에 관해 매우 정치(正緻)하고 흥미로운 논의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법의 제국』(Law’s Empire)이 출간된 뒤에 벌어진 흥미로운 논쟁들을 바탕으로 전개된 이론적 발전도 담고 있다. (...) [이러한 이론적 도구를 사용하여,] 드워킨은 구체적 사건에서 동일한 결론에 이르더라도 그 결론에 이르는 경로는 매우 다양할 수 있음을 체계적으로 밝혀냈다. 또한 법실용주의나 법.. 2019. 4. 3.
[책소개]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 출간! 데이비드 베너타 가 드디어 출간되었습니다. 인터파크,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인터넷 서점에서 지금 주문할 수 있습니다! 알라딘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86983249 2019. 3. 20.
[기고] 학술번역의 중요성과 이에 관한 사회정책의 바람직한 형태 1. 학술번역의 중요성 (1) 효율성 한국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이는, 무엇인가 새로 배울 때 한국어로 배우는 것이 가장 빠르다. 특히 이런 사정은 매우 복잡하고 깊은 사고를 요하는 학술적인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이것은 학문의 초심자에게는 당연히 그렇다. 예를 들어 다른 문헌들을 전혀 한국어로 읽어보지 아니한 법철학 초심자가 로널드 드워킨의 을 영어로 읽는다면, 또는 정치철학 초심자가 존 롤즈의 을 영어로 읽는다면, 내용의 어려움에 외국어의 어려움까지 가중되어 그 습득이 매우 느려질 것이다. 특히 자연의 질서에 관한 논의와 달리, 인간이 만들고 변화시킬 수 있는 질서에 관한 논의들은 복잡한 언어로 이루어진 여러 노선들의 논증들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여기에는 상당한 많은 시간과 노고가 투여된다.. 2019. 2. 18.
[조립물] 외모에 관한 사회적 담론에 관하여 (1부) 1부: 외모지상주의 개념이 함의하는 문제설정의 오도하는 성질 1. 개념의 정의와 문제의 제기 외모지상주의란 외모를 인생을 잘 살아가는데 사고방식 내지는 믿음체계를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의 외모지상주의자들이 가끔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외모지상주의는 실제로는 극히 드물다. 따라서 사소하다. 실제로 그 잘못 이름붙은 개념이 지칭하는 것은 사람들의 외모에 관한 속성과 그들이 받아야 할 응분을 연결짓는 믿음이다. 이것을 정확하게 파악해야만 부당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려낼 수 있다. 2. 문자 그대로의 외모지상주의가 틀린 믿음 체계인 이유 (1) 잘 살기의 지침으로서 자멸적 문자 그대로의 외모지상주의는 이 외모지상주의는 틀린 믿음체계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형태의 '--지상주의'라면 어느 것이든 인생을 잘.. 2019. 2. 17.
[발췌번역] 찰스 테일러 "선의 다양성" 아마르티야 센과 버나드 윌리엄스가 편집한, 에 실린 찰스 테일러의 논문입니다. 이 논문에서 찰스 테일러는 버나드 윌리엄스와 상당히 유사한 논지를 펼칩니다. 일원론적 목적론과 계약주의적 의무론을 공히 거부한다는 점에서 우선 유사합니다. 그리고 이를 거부하면서도 어떠한 명확한 이론을 제시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론을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이 타당한 결론이라는 점을 역설하는 점에서도 유사합니다. 찰스 테일러의 논지는, 세상에는 공리나 권리의 언어로 환원되지 않는 더 높은 것과 더 낮은 것(고귀한 것과 천한 것)을 대조하는 언어가 있으며, 이 언어가 지시하는 우리의 윤리적 경험의 세계는, 공리주의나 계약주의가 다루는 것보다 훨씬 더 풍부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리주의와 계약주의는 공히 단일 요소의 이론으로.. 2019. 2. 2.
[조립물] 무죄추정원칙에 대한 의무론적 이해 1. 무죄추정원칙에 대한 사소한 의미 내지는 목적론적 의미로의 이해와 의무론적 제약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무죄추정의 원칙은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는 유죄 판결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동어반복적인 의미로만 이해되고 있다. 즉, 유죄를 선고받고 징역 몇년형을 받기 전에는 징역형을 집행받지 않는다는 그런 의미로만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무죄추정을, 어떤 절차의 집행은 그 절차의 전 단계가 완료되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다는 당연한 이치로 사소화하는 것이다. 유죄 선고를 아직 확정 받지 않은 사람은 유죄 선고를 확정 받지 않은 사람임은 당연하다. 이런 동어반복이 헌법상 원칙이라고 여기는 것은 오늘날 기.. 2019. 1. 10.
[책소개] <철인왕은 없다> 출간 민주주의는 다수결이 아니다. 권한이 위임된 엘리트의 통치도 아니다. 민주주의는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이 숙고된 공적 토론을 통해 의사 결정을 내리는 과정이다. 변호사이자 정치철학을 연구해온 이한 박사가 심의민주주의에 관해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물이다. 정치란,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당면한 고통을 해결하고 번영을 추구할 것인가에 관한 의사 결정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의제 민주주의로 표상되는 우리의 정치 현실은 그러한 고통을 해결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대의제가 가진 엘리트주의적 속성을 비판하며 직접민주주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주장하는 관점이 있다. 그러나 엘리트주의냐 직접민주주의냐 하는 질문은 인적 속성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으로서, 더 나은 민주주의를 성취하기 위한 올바른 접근 방식이.. 2019.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