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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번역] A. J. 에이어, "자유와 필연성" 에이어는 20세기 중반 영국 철학계를 풍미했던 논리 실증주의의 거두입니다. 비록 에이어는 말년에 자신의 주저에서 틀린 점이 무엇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거의 전부'라고 답하긴 했지만, 에이어가 논리실증주의의 신조를 정확하게 표현함으로써 이후 철학의 발전에 체계적인 거름이 되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듭니다. 에이어의 이 논문은, 에이어가 논리실증주의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범했던 오류와 무관한 독립적인 주제에 관한 것으로, 자유의지와 관련하여 읽어보아야 할 기본 문헌 중 하나입니다. 에이어는 이 논문에서 결정론의 논리적 함의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인간은 운명의 포로이며 결코 거기서 벗어날 수 없어어 운명의 힘에 장악되어 있다는 것)이 실제로는 활물론적 사고의 오류에서 비롯된 은유적 연상에 불.. 2020. 4. 17.
[번역] 갈렌 스트로슨 "도덕적 책임의 불가능성" 해당 논문은 자유의지와 도덕적 책임에 관한 논의를 고민할 때 출발점이 되는 "기본 논증"을 다시 강조하고 재신술한 논문입니다. 이 논문은 두 가지 점에서 중대한 의의가 있습니다. 첫째로, 저는 (비록 확장 논지인 도덕적 책임 전반에의 함의 논지는 받아들이지 않지만) 이 논문의 핵심 논지인,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그리고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의미에서의 자유의지와 도덕적 책임이란 없다는 논지를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그런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의미에서 자유의지와 도덕적 책임이 없다는 논지는 중대한 도덕적 통찰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이 도덕적 통찰의 기반 위에서 다른 의미의 자유의지와 도덕적 책임에 관한 적극적 해명을 구축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 점을 명확히 밝힌 데 이 논문의 의의가 우선 있습니다. 둘째로, .. 2020. 4. 15.
[발췌요약번역] 러셀 크리스토퍼 "검사의 딜레마: 협상과 처벌" 해당 논문은 응보주의 형사사법 이론의 내적 비일관성을 증명한 것입니다. 저자는 응보주의 형사사법 이론은 검사의 딜레마를 피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검사의 딜레마란 피의자 한 명이 공범 두 명의 유죄 증거나 소재지를 알려주는 대가로 면책을 달라는 제안을 하였을 때 검사가 처하는 상황입니다. 이 경우 검사가 갖는 선택지는 세 가지인데, 첫째는 거래를 거부하고 피의자 한 명을 처벌하기. 둘째, 거래를 받아들이고 공범 두 명을 처벌하기. 셋째, 거래를 거부하고 아무도 처벌하지 않기. 저자는 이 딜레마 상황에서는 어떤 선택을 해도 응보주의의 주요 원리들의 다수 어길 수밖에 없으며, 그리고 몇몇 원리들은 그 원리 하나도 어느 선택을 해도 어기게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증명합니다. 이러한 딜레마는 도덕적 딜레마이며, .. 2020. 4. 12.
[책 출간] <인생을 바꾸는 탐구 습관> 책소개 바쁜 일상 속에서도 새로운 것을 배우고 탐구할 수는 없을까? 때때로 책을 펼쳤다가도 금세 휴대폰을 들고 있는 모습이 더 익숙한 현대인들. 이제는 책을 잡는 것조차 어색하다면, ‘탐구 습관’부터 길러야 한다. 법학자 이민열 교수가 쓴 『인생을 바꾸는 탐구 습관』은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배움에 목마른 성인들을 위한 체계적인 공부법을 제시한다. 무조건 ‘열심히’ 읽고 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책 읽기, 글쓰기, 공부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탐구’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탐구란, 살면서 맞닥뜨리는 중요한 문제들을 우리가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는지, 우리의 이해와 행위가 합리적인 근거를 갖고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뜯어보는 체계적인 활동이다. 이 책은 좋은 탐구 습관을 만들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2020. 4. 10.
[번역] 개인의 복지(well-being)와 좋음(good)에 대한 다섯 편의 논문 다음 네 편의 논문은 개인의 선, 즉 무엇이 그 개인의 삶을 잘 되어가게 하는가에 관한 여러 입장들을 취한 것입니다. 1. 먼저 첫 번째 논문인 데렉 파피트의 논문은, 한 사람의 복지 또는 사리에 관한 이론으로서 욕구 충족 이론, 쾌락주의 이론, 객관적 목록 이론을 다루면서, 각각의 장단점을 살펴보는 에세이입니다. 말미에서 파피트는 이 셋의 장점만을 결합한 복합이론을 제시하는데 그 요지인즉슨 좋은 것이란 어떤 성질을 가진 대상이나 경험을 누리면서 그 누리는 경험에서 쾌락을 느끼면서 그런 것을 강하게 바라는 복합적인 것이야말로 선의 요체라는 주장입니다. 2. 다음으로 리처드 크라우트의 논문은 (i) 인간 선(human good)에 대한 여러 이론 중 욕구 이론(desire theory)에 대한 비판을 전개.. 2020. 4. 5.
[조립물] 가짜뉴스 전반을 처벌하겠다는 식의 공언이 전제하는 것 1. 감염병의 확산과 가짜 뉴스 처벌에 대한 엄포에 관하여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의 치사율이 2% 미만이라는 것이 현재(2020년 2월) 질본의 공식발표이다. 그러나 이 공식발표와 어긋나는 치사율에 관한 사실의 주장이나 시사를 허위정보라고 할 수 있는가? 물론 '치사율'이라는 단어를 임의로 정의하여, 현 시점에서 그 질병으로 확진된 사람을 분모로, 현 시점에서 그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을 분자로 놓으면 그런 치사율의 값을 도출할 수 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일반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관심 있어 하는 치사율이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그 질병에 걸렸을 때 결국 그 병으로 인하여 사망할 확률에 관하여 정보를 알려주는, 그 질병에 걸린 사람 중 그 질병으로 인하여 죽는 비율을 알고 싶어한다. 또한 그 질병이 .. 2020. 2. 1.
[논문번역][회원기여] 케네스 베인스 "민주주의와 법치국가" 서요련 회원님이 번역한 원고입니다. 아래는 번역자의 해당 논문 소개글입니다. -아래- 미국의 저명한 하버마스 연구자 케네스 베인스의 훌륭한 입문서 Habermas의 한 장입다. 이 글은 처음 하버마스의 민주적 법치국가 이론을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길잡이가 됩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탁월한 학자답게 단순한 해설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하버마스 이론의 강점과 약점을 상세하게 평가합니다. 현대 자유민주주의 이론에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를 설정하고, 하버마스의 이론이 얼마나 잘 대처하는지를 명료하게 보여줍니다. 둘째, 국내 개론서에서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 민주주의와 법치국가의 관련성을 중요하게 다룹니다. 국내 개론서만 읽으면 『사실성과 타당성』은 단순한 '민주주의' 이론에 불과하겠으.. 2020. 1. 17.
[논문번역][회원기여] 조지프 히스 "비판이론으로서의 합리적 선택" 서요련 회원님이 번역하신 원고입니다. 아래는 해당 논문에 대한 번역자의 소개글입니다. --아래-- 공공정책과 경영윤리에 정통하면서도 비판이론과 하버마스의 이론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는 조지프 히스의 논문입니다. 1967년생으로 포르스트만큼 젊고 재치 넘치는 히스는 이 논문에서 선학자를 훌륭하게 탐구하는 모범을 보여줍니다. 첫째, 선학자의 핵심 테제를 논증적 요약한 후, 그것이 보여주는 강점을 밝힌 다음, 선학자의 탐구 결과가 내포한 결함이나 미진한 구석을 여실히 드러낸다. 둘째, 선학자가 범한 실수나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명확히 한다. 그리고 자신이 공부한 자원을 활용하여 실제로 기여를 시도한다. 셋째, 자신의 탐구를 통해 보완한 선학자의 탐구 결과가 문제해결에 어떤 유용.. 2020. 1. 17.
[논문번역][회원기여] 라이너 포르스트 "정치적 자유주의" 서요련 회원님이 번역하신 원고입니다. 아래는 번역자의 논문 소개 글입니다. -아래- 포르스트가 롤스의 『정치적 자유주의』를 칸트적 입장으로 읽자고 제안하는 논문입니다. 1964년생인 포르스트는 독어권에서 가장 정통한 롤스 이론가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포르스트의 롤스 해석은 경청할 가치가 있습니다. 보통 『정치적 자유주의』처럼 중요한 근본 관념들이 복잡하고 치밀하게 엮여 있는 저서는 하나의 핵심 물음을 설정하고 그에 따라 읽어나가는 것을 보통 추천합니다. 포르스트는 그 핵심 물음을 "어떻게 독실한 가톨릭 신자가 한편으로는 이슬람 신앙을 거짓이라고 거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무슬림을 평등하고 합당한 시민으로 존중할 수 있는가?"(p. 139)로 참으로 멋지게 제시합니다. 포르스트의 논문은 체계.. 2020. 1. 17.
[논문번역][회원기여] "인식할 수 있는 모든 해악: 반출생주의에 대한 추가적 옹호" 이요섭 회원님께서 아래 논문을 번역한 소중한 원고를 보내오셨습니다.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가능한 반론과 비판에 대한 답변과 옹호의 정교화가 실린 논문을 깔끔하게 번역한 원고입니다. 아래는 논문을 보내오신 회원님의 논문 소개글입니다. -아래- David Benatar, “Every Conceivable Harm: A Further Defence of Anti-Natalism”, South African Journal of Philosophy, Vol. 31, No. 1 (Jan., 2012), pp. 128-164. 이 논문에서 베너타는 자신의 비대칭성 논변과 삶의 질 논변에 대한 여러 비판들과 반출생주의가 친죽음주의(pro-mortalism)를 함축하고 있다는 비판에 답하고 기본적 비대칭성의 대안을 .. 2020. 1. 17.
[책소개] 로널드 드워킨의 <자유의 법>이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시민교육센터 대표 이한이 번역한 로널드 드워킨 이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국가가 낙태를 금지하는 것은 왜 위헌일까? 언론은 반드시 모든 사실을 확인한 후 보도해야만 하는 것일까? 국기를 불태우는 행위는 허용될 수 있을까? 포르노그래피는 금지되어야 할까? 왜 대학은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연구를 한다는 이유로 학자를 해고할 수 없는 것일까? 시민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호되어야 하는 것일까? 『자유의 법』은 ‘법철학의 거두’ 로널드 드워킨이 이러한 물음들에 대해 ‘자유’의 관점에서 일관되고 성실하게 답한 책이다. 로널드 드워킨은 ‘평등에 바탕을 둔 자유주의 사상’을 주창한 미국 법철학계의 최고 석학으로, 존 롤스의 뒤를 이어 영미권을 대표하는 자유주의 법철학자로 꼽힌다. 드워킨은 추상적 헌법 원리와 구체적인 소송.. 2019. 12. 31.
[발췌번역] 토머스 네이글 "행위자 관련적 도덕" 토머스 네이글이 이중효과원칙(Doctrine of Double Effects)을 옹호하면서 행위자 관련적 도덕에 관하여 설명한 논문입니다. 이 논문은 이라는 책 제3장에 실려 있는 글입니다. 책 전체가 탐독을 할 가치가 있습니다. 네이글의 이 글은 다소 자기탐닉적인 접근을 보여주는데, 행위자관련성을 강조하면서도 자기탐닉성을 뺀 접근이 가능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애초에 행위자관련성과 행위자중립성의 구분이 유의미한가를 살피기 위해서도 이 논문을 일독할 가치가 있습니다. 2019. 10. 11.
[발췌번역] 하이코 펄스, "부모의 의무에 대한 칸트의 정당화" 많은 이들이 칸트의 저작을 꼼꼼히 읽지 않기 때문에 칸트가 반출생주의자였다는 점을 알지 못합니다. 칸트는 반출생주의자였습니다. 2019. 9. 9.
[일부번역] 캠(Kamm)의 <복잡한 윤리: 권리, 책임 그리고 허용되는 해악> 제1장 F. M. Kamm, Intricate Ethics: Rights, Responsibilities, and Permissible Harm, Oxford University Press 2007, ch.1을 일부 번역한 것입니다. 캠은 비결과주의, 의무론적 윤리학을 자신만의 판본으로 정교하게 전개하였다고 정평이 나 있는 탑 클래스 학자 중 한 명입니다. 이 책 제1장은 특히 한 쪽에는 1명이 다른 쪽에는 5명이 있는데 그 중 한 쪽만 구조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한 쪽이 수가 더 많다는 이유로 그 쪽을 구하러 가는 결정을 내려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아주 깊이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캠의 이 책에서 제시된 허용되는 해악의 원리는, 번역자인 제가 보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것을 허용하며, 캠의 포부와는 달리 캠이 의무.. 2019. 9. 9.
[철학소설] 도덕의 법정에 선 타노스 (1) “도덕의 법정, 제3재판부의 공판기일 두 번째 날을 시작합니다.” 보라색 민둥머리 외계인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그의 이름은 타노스다. 그는 도덕의 법정에 섰다. 도덕의 법정에는 배심원들이 기소와 변론을 듣고 판단하기 위해 가지런한 줄을 지어 자리에 앉아 있다. 법정을 관장하는 판사는 높은 법대 위에 앉아서 절차 진행과 판단 규칙 지도를 맡고 있다. 판사는 변호인과 피고인, 검사의 출석을 확인하고는 무엇인가를 끄적이더니, 돋보기 안경을 다시 벗고는 변호인을 바라보았다. “변호인, 변론 하세요.” 보라색 민둥머리 덩치의 귀에 무엇인가를 조그맣게 속삭이며 메모를 연신하고 있던 변호인은 판사의 말에 법대로 고개를 들었다. “네!” 변호인은 넥타이를 바로잡으며 일어났다. 그리고 ‘타노스의 변론’을 시작하였다... 2019. 8. 28.